영상 속 자동화를 내 일에 못 붙여본 분이라면 이 장면이 익숙할 겁니다. 영상을 세 개쯤 봤을 겁니다. 좋아 보여서 저장은 해뒀는데, 막상 내 일에 대보면 어딘가 안 맞아서 창을 닫았을 거고요. 그러고는 다음 영상을 봅니다.
문제는 그 영상들이 내 일에 맞는지 아닌지를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는 겁니다. 끝까지 따라 해보고 나서야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죠.
그래서 먼저 가르는 기준을 정리했습니다. 설치법이나 실행 순서는 다루지 않습니다.
저장해둔 사례를 열기 전에 세 줄만 채워본다.
기준 하나 — 재료가 어디에 있는가
제일 먼저 걸리는 조건입니다. 사례를 옮기려면 그 자동화가 읽을 재료를 내가 손에 쥘 수 있어야 합니다.
| 내 재료가 있는 곳 | 판정 | 이유 |
| 내 컴퓨터 폴더 | 바로 됩니다 | 읽는 데 아무 조건이 없습니다 |
| 메일함·클라우드 드라이브 | 한 단계 붙습니다 | 내려받아 폴더에 넣는 절차가 추가됩니다 |
| 회사 계정으로 들어가야 보이는 시스템 | 그 곳에서는 못 읽습니다 | 계정 권한이 프로그램에 없습니다 |
| 그 사람 단골·팔로워가 만든 결과 | 탈락 | 재료가 아니라 그 사람 자산입니다 |
표에서 세 번째 줄만 헷갈립니다.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중간 단계가 하나 생긴다는 뜻이에요. 내려받아서 넣으면 그다음은 똑같이 굴러갑니다. 네 번째 줄만 진짜 탈락입니다.
기준 둘 — 내 재료의 성질이 원본과 같은가
여기가 진짜 갈림입니다. 앞의 기준을 통과해도 여기서 반쯤 떨어져 나갑니다.
원본 사례가 숫자를 더하는 일이었다고 해봅시다. 내 재료가 문장이면 더할 대상이 없습니다. 이름은 같은데 어떤 일에선 쓰이고 어떤 일에선 버려집니다.
| 원본이 하는 일 | 내 재료 | 넘어오는가 |
| 숫자를 더한다 | 숫자다 | 그대로 넘어옵니다 |
| 숫자를 더한다 | 자유 문장이다 | 더하기가 죽고 묶어서 배치하기로 바뀝니다 |
| 기간 동안 쌓인 걸 더한다 | 지금 남아 있는 양이다 | 넘어오되 중복 방지 조건이 붙습니다 |
| 한 줄이 한 건이다 | 한 줄에 건이 여러 개 들어 있다 | 세는 기준부터 다시 정해야 합니다 |
세 번째 줄을 놓치면 결과가 조용히 두 배가 됩니다. 재고처럼 "지금 남아 있는 양"인 재료에 같은 출처 파일이 두 장 들어오면, 프로그램은 그걸 두 번 세거든요. 원본이 거래 내역처럼 쌓이는 자료였다면 두 번 세는 게 맞으니 문제가 안 됐던 겁니다.
성질이 다른 걸 아는지가 결과를 가른다.
기준 셋 — 값이 바뀌는 판단을 내가 쥐고 있는가
이건 재료가 아니라 태도 쪽 기준입니다. 그런데 실패율에는 앞의 둘보다 크게 작용합니다.
넘겨도 되는 것과 넘기면 안 되는 것이 갈립니다.
- 넘겨도 되는 것 — 표기 흔들림 정리, 원본이 넣어둔 합계 줄 빼기, 첫 줄 이름 맞추기, 글자 깨짐 처리
- 넘기면 안 되는 것 — 무엇을 포함하고 뺄지, 어느 기준으로 묶을지, 어떤 형식으로 낼지, 서로 다른 이름이 같은 물건인지
구분선은 하나입니다. 결과 값이 바뀌면 내 몫이에요. 이름 통일이 여기 걸립니다. 겉보기엔 정리 작업 같은데 어떤 표기를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합계가 달라지거든요.
"알아서 해줘"가 편해 보이지만 이 구분선을 통째로 넘기는 말입니다. 앤트로픽이 사용 기록을 갈라 본 자료에서도 계획 쪽 판단은 사람이 70% 남짓, 실행 쪽 판단은 AI가 80% 남짓 가져갈 때 가장 잘 굴러갔습니다.
구분선은 하나, 결과 값이 바뀌는가.
저장해둔 사례에 채워볼 세 줄
저장해둔 사례를 열고 이 세 줄만 채워보세요. 다 채워지면 넘어옵니다.
- 이 자동화가 읽을 재료가 내 폴더에 있거나 내려받을 수 있다 → 예 / 아니오
- 내 쪽 재료가 원본과 성질이 같다 (숫자↔숫자, 문장↔문장, 잔량↔잔량) → 예 / 아니오 / 다르지만 뭐가 바뀌는지 안다
- 포함·제외·묶는 기준을 내가 정할 준비가 됐다 → 예 / 아니오
2번에 "아니오"만 남으면 사례를 바꾸는 게 빠릅니다. "다르지만 안다"면 그대로 진행해도 됩니다. 성질이 다른 걸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결과를 가릅니다.
3번은 미리 다 정할 필요는 없습니다. 물어보면 그때 정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. 반대로 "알아서 해줘"로 넘기려는 상태면 아직 준비가 안 된 겁니다.
세 기준을 다 통과하면 설계까지는 넘어옵니다. 실행 결과가 맞는지는 별개예요. 나온 표를 지난번 것과 나란히 놓고 움직인 폭이 납득되는지 보셔야 해요. 표기가 살짝만 달라도 같은 물건이 둘로 세어지고, 이때는 아무 경고도 안 붙습니다.
이런 경우엔 권하지 않습니다
여기서는 도구를 깎지 않습니다. 상황을 깎습니다.
남이 올린 절감 시간을 재현하고 싶은 경우라면 방향이 어긋납니다. 그 숫자는 그 사람 재료·그 사람 규모에서 난 값이라 옮겨지지 않습니다. 따라오는 건 일을 조립하는 순서 하나뿐이에요.
한 번에 끝나야 하는 경우에는 부담이 됩니다. 물어보고 답하기를 두어 번 주고받습니다. 급한 일 하나를 처리하려는 거라면 손으로 하는 게 빠릅니다. 이 방식은 매주·매달 반복되는 일에서 값이 나옵니다.
결과물이 hwp여야 하는 경우도 한 단계 막힙니다. 바로 만들어주지 않으니 텍스트로 받아 옮겨 붙이는 손질이 하나 더 생깁니다.
제가 처음에 잘못 잡았던 기준
처음엔 "엑셀 다루는 일이냐 아니냐"로 갈랐습니다. 원본 사례가 대부분 엑셀이니 그게 기준인 줄 알았어요.
틀렸습니다. 엑셀을 한 번도 열지 않는 메신저 정리 업무가 그대로 넘어왔고, 반대로 같은 엑셀 업무인데 조건이 하나 더 붙는 경우가 나왔습니다.
파일 형식은 기준이 아니었습니다. 재료의 성질이 기준이었어요. 그래서 위 표를 형식이 아니라 성질로 다시 짰습니다.
정리
판정 기준은 이 셋입니다 — 재료가 손에 닿는가, 성질이 같은가, 값이 바뀌는 판단을 내가 쥘 것인가.
셋 중 하나만 고르라면 두 번째입니다. 첫 번째는 눈으로 보이고 세 번째는 마음먹기인데, 두 번째만 실행해봐야 드러나거든요. 그래서 저는 저장해둔 사례를 열 때 내 재료가 숫자인지 문장인지부터 봅니다.
두 직군에 같은 방식을 대어 본 기록은 영상에 담았습니다: https://youtu.be/nqBGajOekeY