"그거 결국 비상업 아니에요?"
로컬로 그림을 뽑는다고 하니 돌아온 첫 반응이 이거였습니다. 그리고 그 말은 절반만 맞았습니다. 라이선스 이름에 비상업이 붙은 모델이 실제로 있는데, 그 문서 안에서 결과물 판매는 따로 허용하고 있거든요. 이름과 권한이 어긋나 있습니다.
모델을 고르는 글은 이미 많습니다. 그런데 대부분 각 모델의 장점을 다른 기준으로 칭찬합니다. 하나는 속도가 좋다고 하고, 하나는 조건이 간단하다고 하고, 하나는 화질이 좋다고 합니다. 서로 다른 기준으로 칭찬하면 나란히 놔도 우열이 안 나옵니다. 그래서 읽고 나도 못 고릅니다.
이 글은 셋을 같은 기준 세 개로만 잽니다. 내 카드에 들어가는가, 결과물 권리가 어디 적혀 있는가, 내 쓰임에서 탈락하는 경우는 언제인가. 설치 순서와 비용 계산은 다루지 않습니다.
모델이 여러 개라 뭘 받을지 못 정하신 분들께 쓰는 글입니다.
세 모델이 각각 무엇을 맡는가
항목을 읽기 전에 서랍부터 놓겠습니다.
Krea 2는 기본값을 맡습니다. Z-Image Turbo는 문턱을 낮춥니다. FLUX.1 dev는 오해를 풉니다.
동사가 셋 다 다른 게 의도입니다. 한 곳을 놓고 다투는 셋이 아니라, 각자 다른 상황을 담당합니다.
기준을 무엇으로 잡았고, 무엇을 버렸는가
순위를 매기기 전에 제가 기각한 기준부터 밝히겠습니다.
화질 점수는 기각했습니다. 공개된 벤치마크가 모델마다 측정 조건이 다르고, 제가 세 모델을 같은 프롬프트·같은 해상도로 돌려 비교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. 제가 실제로 돌린 건 Krea 2 하나뿐입니다.
커뮤니티 인기도 기각했습니다. 다운로드 수는 저장소마다 집계 방식이 달라 밖에서 원자료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.
남은 건 문서로 확인 가능한 것들입니다. 메모리 요구치, 라이선스 원문, 그리고 제 손으로 확인한 한 줄. 판정 강도도 여기 맞춰 갈랐습니다 — 돌려본 항목은 단정형으로, 남의 보고를 옮긴 항목은 "보고가 있다"로 적었습니다.
내 카드에 들어가는가 — 왜 카드 이름으로는 못 정하는가
기준은 전용 GPU 메모리 숫자입니다. 카드 이름은 기준이 되지 못하는데, 이유가 단순합니다.
같은 3060인데 12기가짜리와 8기가짜리가 나란히 팔립니다. 이름표가 같으니 "3060이면 되나요"라는 질문에는 답할 수가 없습니다.
💡 세 줄 판정
| 내 메모리 | Krea 2 | Z-Image Turbo |
|---|---|---|
| 16GB↑ | ✅ 직접 확인 | ✅ |
| 12GB | △ 보고 있음 | ✅ |
| 8GB | △ 줄인 판만 | ✅ 줄인 판 |
| 6GB | △ 느림 | △ 커뮤니티 판 |
| 그 아래 | ❌ | ❌ |
표에서 눈여겨볼 건 8기가 줄입니다. 두 모델 다 통과로 보이지만 통과의 성격이 다릅니다. 왼쪽은 원본을 못 넣어 줄인 판으로 우회하는 것이고, 오른쪽은 애초에 그 구간을 겨냥해 나온 것입니다.
셋 중 하나만 깐다면 카드 메모리가 12기가 이상이면 Krea 2, 그 밑이면 Z-Image Turbo입니다.
Krea 2 — 기본값을 맡는다
무엇을 해주나
여덟 단계로 한 장을 뽑습니다. 제 환경에서 장당 7.6초, 첫 장만 12.2초가 나왔습니다. 앱 내장 템플릿이 있어서 추가 부품을 깔지 않아도 첫 장까지 갑니다.
팔아도 되나
됩니다. 라이선스 원문에 매출 기준선이 있고 그 아래면 상업 이용이 열립니다. 좌석 수나 인원 제한 조항은 없습니다.
별도 계약과 남는 의무 세 가지
매출 기준선을 넘는 조직이라면 별도 계약이 필요합니다. 그리고 기준선 아래여도 의무 세 가지는 남습니다 — 표시 장치 우회 금지, 유해 결과를 거를 장치, 요구 시 AI 고지.
내 매출이 기준선 아래인지는 관계사를 합친 최근 열두 달 매출을 원문의 해당 줄과 나란히 놓아보면 됩니다. 이 글의 라이선스 설명은 참고용이고, 실제로 파시기 전에는 원문을 열어 확인하세요.
Z-Image Turbo — 문턱을 낮춘다
앞의 Krea 2가 16기가를 깔고 기본값을 맡는다면, 이쪽은 그 밑에서 시작합니다.
무엇을 해결하나
메모리가 모자라 Krea 2가 안 들어가는 환경을 담당합니다. 용량을 깎은 판이면 8기가, 커뮤니티판까지 가면 6기가에서도 돌았다는 글이 있습니다.
조건이 더 간단합니다
Apache 2.0입니다. 매출 기준선 같은 조항이 없어서 문서를 읽는 부담이 작습니다.
설치를 처음부터 한 번 더 해야 합니다
기존 설치본에 얹는 방식이 아닙니다. 화면도 새로 열고 받아야 할 모델도 전부 다릅니다. 이미 Krea 2를 깔아둔 상태라면 그 과정을 처음부터 한 번 더 하는 셈입니다.
여러 모델을 같이 깔아도 됩니다. 다만 모델 파일이 각각 십 기가 단위라 저장공간부터 확인하세요.
FLUX.1 dev — 이름표의 오해를 푼다
앞의 둘이 "내 카드에 들어가는가"로 갈렸다면, 이쪽은 고르는 기준 자체가 잘못 알려진 사례라서 넣었습니다.
이름표가 만든 오해
이 모델에 달린 라이선스 이름에는 비상업이라는 말이 들어갑니다. 그래서 만들어진 그림도 못 판다고 알고 지나가는 분이 많습니다.
왜 반대로 알게 되는가
이름표는 모델을 쓰는 조건에 붙습니다.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만들어진 그림의 권리로 읽습니다. 두 항목은 문서 안에서 서로 다른 문단에 있고, 서로 다른 소리를 할 수 있습니다.
그래서 이 항목은 모델 추천이라기보다 읽는 법의 사례로 넣었습니다. 셋 모두에 같은 규칙이 걸립니다.
❌/✅ 확인 방법 대조
❌ 이렇게 확인하면 틀립니다: 모델 페이지 위쪽에 붙은 라이선스 이름표를 보고 판단한다.
✅ 이렇게 확인하면 맞습니다: 원문을 열어 두 항목을 각각 찾는다 — 하나는 모델 자체를 쓰는 조건, 하나는 뽑아낸 그림(output)에 붙는 권리. 이 둘이 같은 문단에 있는 경우가 드뭅니다.
26기가 원본과 18.6기가 공식 기본판
로컬 이미지 AI를 다루는 한국어 글에 "26기가짜리를 받아야 한다"는 안내가 아직 돌아다닙니다.
모델을 만든 쪽 페이지에 26기가 원본이 올라가 있는 건 맞습니다. 그런데 ComfyUI용으로 따로 올라간 저장소에는 용량을 줄인 판이 함께 있고, 그쪽이 기본 안내입니다. 공식 기본판 기준으로 세 파일 합쳐 18.6기가입니다.
같은 기준으로 못 재는 것을 재는 법
세 모델의 조건이 서로 달라서 한 줄로 못 세우는 항목이 있습니다. 그럴 땐 기준을 갈아탔다고 밝히고 새 기준을 씁니다.
예를 들어 "비용"은 셋 다 0원이라 우열이 안 나옵니다. 그래서 저는 기준을 몇 장까지 뽑을 수 있는가로 갈아탔습니다. 웹 서비스 쪽에는 하루치나 월 단위 상한이 있고, 로컬 셋에는 그 벽이 없습니다. 이 기준에서는 셋이 동률이고, 대신 웹 서비스와의 차이가 드러납니다.
그럼 웹 서비스는 버리는가
아닙니다. 낱장의 마감은 아직 유료 쪽 손을 들어줘야 합니다. 저도 양쪽을 다 써봤고 이건 인정합니다.
솔직하게 나누면 이렇습니다.
웹 쪽이 나은 경우는 한 장으로 끝나는 일일 때, 그 한 장의 완성도가 결과를 좌우할 때, 그리고 결과물에 정확한 글자가 들어가야 할 때입니다.
로컬이 나은 경우는 수십 장이 필요할 때, 뽑아놓고 대부분 버릴 때, 그리고 같은 소재로 화풍만 여러 개 시험할 때입니다.
저는 이렇게 쪼개 씁니다. 표지처럼 한 장이 중요한 건 웹에, 본문 삽화처럼 장수가 필요한 건 로컬에. 현재로선 이 조합이 제일 손이 덜 갑니다.
세 모델 전부에서 안 되는 것
고르기 전에 알아야 할 공통 한계가 둘 있습니다. 모델을 바꿔도 해결되지 않습니다.
하나는 글자입니다. 그림 안에 들어가는 한국어가 읽을 수 없는 형태로 나옵니다. 문구가 결과를 좌우하는 컷이라면 셋 중 무엇을 골라도 답이 안 나옵니다.
다른 하나는 손입니다. 손이 화면에서 크게 잡히는 구도일수록 실패율이 올라갑니다.
이 둘은 모델 선택으로 푸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컷을 로컬에 맡길지의 문제입니다.
정리 — 고르기 전에 두 줄만 확인하세요
세 모델을 뜯어보고 남는 건 사실 모델 이름이 아닙니다.
첫째, 내 카드의 메모리 숫자. 이게 후보를 절반으로 줄입니다. 카드 이름으로는 이 숫자를 알 수 없습니다.
둘째, 라이선스 원문의 두 문단. 모델을 쓰는 조건과 그림 권리는 떨어져 있고, 서로 다른 소리를 할 수 있습니다. 이름표만 보면 반대로 받게 됩니다.
이 두 줄을 확인하고 나면 남는 후보가 대개 하나입니다. 그때는 고민할 게 없어집니다. 고르기 어려웠던 건 선택지가 많아서가 아니라 기준이 섞여 있어서였습니다.
맨 앞에서 받았던 질문으로 돌아가면, "그거 결국 비상업 아니에요?"에 대한 답은 이렇습니다. 비상업이라고 적힌 건 모델이지 그 모델이 뽑은 그림이 아닙니다. 이름표 한 줄로 접었다면, 원문의 두 문단을 열어보고 다시 정하셔도 됩니다.
혹시 다른 모델을 쓰고 계시면, 그 모델의 원문에서 위 두 문단이 각각 어디 있는지 찾아보세요. 같은 방식으로 판정이 됩니다.


